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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잡글쓰기

그놈은 못생겼다



세수를 하는 도중, 이상한 놈이 게슴츠레한 짝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턱은 두 개고, 목은 머잖아 사라질 것 같다. 뱃속에서는 머잖아 에이리언 새끼 한 마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살이 찐 만큼 이목구비도 비례하여 커지면 좀 나을 텐데, 그러지 않은 탓에 예전보다 얼굴이 휑~하니 허전해 보이는 것이, 마치 커다랗고 동그런 접시에 옥수수알 두 개, 딸기 한 개, 그리고 토마토 한 조각만 달랑 올려놓은 모양새다. 
평생을 봐 온 얼굴이지만 조명 탓인지 오늘따라 한 대 줘패고 싶은 밉상이다. 
거울 속에 오징어가 살고있다.


<그녀는 예뻤다>를 재방송으로 보다가 문득 이 드라마를 패러디한 스토리가 떠오른다. 제목은....대충 <그놈은 못생겼다>로 해두자. 물론 '못생겼다'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이다. 과거에―그러니까 한 20년 전 즈음에 나름 샤프하고 날씬했던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대충 '오진오'라고 해두자. 초딩이 때 친했던 김혜진(황정음 분)으로부터 20년만에 만나자는 연락이 왔지만, 현재 목이 사라지고 도드라진 배로 인해 나체 상태로 고개를 숙여도 성별을 식별할 수 없는 자신의 오징어 외모에 자괴감이 든 그는 그만 재회를 외면하고 만다. 하지만 그리움과 미련 때문에 그녀 곁을 서성거리는 오진오. 결국 그녀가 적을 둔 직장에 입사하지만, 오징어로 화한 탓에 혜진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때마침 그녀는 같은 직장 동료인 재벌2세 김신혁(최시원 분)개자식에게 홀라당 넘어가기 일보직전...위기감을 느낀 오진오는 자신의 정체를 자연스럽고도 당당하게 알리기 위해서는 과거의 모습을 되찾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 뼈를 깎는 인고의 다이어트에 돌입하는데...


아래는 작년 4월에 찍은 사진이다. 식단의 조절로 69kg까지 살을 뺐을 때다(내 키는 175cm). 날씬하니 확실히 젊어 보이기는 한다. 저 정도면 김혜진이 알아볼 법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빌어먹을 요요현상 때문에 불과 1년 6개월만에 다시 도라에몽의 몸매가 되었다.
오늘부터 다시 한번 더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과거의 모습을 되찾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 뼈를 깍는 인고의 다이어트에 돌입하는데.....하지만 날씬해진 오진오를 여전히 못 알아보는 혜진은 결국 김신혁 개자식의 품에 안기게 되고, 빡 돌아버린 오진오는 복수를 위해 정체를 숨기고 혜진의 친구 민하리(고준희 분)를 자빠뜨...꼬시는 데 성공, 내친 김에 민하리의 친구인 고세리와 우영채에게까지 접근, 드디어 드라마는 막장으로 치닫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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