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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잡글쓰기

반 고흐의 편지




아, 결국 지르고 말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포럼 광장에 있는 밤의 카페 테라스>의 (당연한 것이지만)'복제품'을.
지금 이 순간, 꽤 므훗~하다.

그림을 걸어서 잠시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반 고흐는 살아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만을 지금의 가치로 약 30달러 정도 되는 돈에 팔았다. 이런 지경이니, 생계는 동생 테오가 보내주는 돈으로 유지하며 평생 가난과 싸울 수밖에.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를 소개하면,

"내가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너도 알고 있지. 나도 그것을 알고 있고, 또 그게 충격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봐라.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은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일에 환멸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한마디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 고질적인 가난 때문에 이런저런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고, 온갖 필수품이 내 손에는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 우울해질 수밖에 없고,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또, 내 영혼을 갉아먹는 지독한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사랑이 있어야 할 곳에 파멸만 있는 듯해서 넌더리가 난다."

"우리는 노력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림을 팔지 못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고갱을 봐도 알 수 있듯 완성한 그림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일도 불가능하니. 아주 중요한 그림으로 얼마 안 되는 금액을 빌리지도 못하다니."

"나는 늘 두 가지 생각 중 하나에 사로잡혀 있다. 하나는 물질적인 어려움에 대한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색에 대한 탐구다."

"너는 텅 빈 캔버스가 얼마나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지 모를 것이다. 비어 있는 캔버스의 응시, 그것은 화가에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돈에 쫓겨서 잠시 자신을 잃고 다른 사람의 흥미를 끄는 작품을 만들어내려면, 그 결과는 늘 불쾌한 것이었다. 나는 그런 일은 할 수 없다."


"본질적인 것만 거론하자면, 어제 편지에서 말한대로 양치기 개는 바로 나 자신이고, 그 동물의 삶이 나의 삶이다.(....) 나는 그 개의 길을 택했다는 걸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개로 남아 있을 것이고, 가난할 것이고, 화가가 될 것이다. 또 나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고싶다.(...)
사람이 왜 평범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건 세상이 명령하는대로 오늘은 이것에 따르고 내일은 다른 것에 맞추면서, 세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요령있게 살아가기에는 내가 너무 현실적이지 못한 것 같다."

"성공하려면, 그리고 계속되는 행운을 즐기려면, 나와는 다른 기질을 타고 나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벽스러운 사람,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도 갖지 못할, 한마디로 최하 중의 최하급 사람...그래, 좋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기이한 사람, 그런 보잘것없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겠다."

"그러나 내 기질상 결혼 생활과 작품 생활을 해나가는 건 힘들 것 같다. 그러니 주어진 환경 속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겠지. 물론 그런 건 진정한 행복도 아니고 진정한 삶도 아니겠지. 그러나 도대체 뭘 원하겠니? 진정한 삶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이 예술적 삶조차도 나에게는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림 한 점을 완성해서 돌아온 날이면, 이런 식으로 매일 계속하면 잘 될 거라고 혼자 중얼거리고는 한다. 반대로,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와서는 그래도 먹고 자고 돈을 쓰는 날이면, 내 자신이 못마땅하고 미친놈이나 형편없는 망나니, 혹은 빌어먹을 영감탱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은 나에게 건강을 잃은 앙상한 몸뚱아리만 남겨주었고, 내 머리는 박애주의자로 살아가기 위해 아주 돌아버렸지. 넌 어떠냐. 넌 내 생활을 위해 벌써 15만 프랑 가량의 돈을 썼다. 그런데...우리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그러나 언젠가는 내 그림이 물감값과 생활비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다른 사람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원하는 건 빚을 지지 않는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이랬던 고흐가 그린 그림이 지금은 천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뿐인가. 그의 그림을 복제하여 판매해 얻은 이익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전 세계적으로 수조 원은 되지 않을까. 정작 반 고흐는 단지 어느 정도의 생계비와 약간의 품위 유지비, 그리고 화구들을 살 비용만 원했을 뿐일 텐데.
세상은 참 명박스럽고, 존슨 같다......

"글을 쓰고 싶다면 행동을 해라. 인생에 대해 무언가를 담고 있는 그림을 그리든지.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살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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