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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잡글쓰기

그런 대답


수년 전, 어느 기타 동호회의 연주회 뒤풀이 장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즈음 내가 앉았던 장소의 뒷편에서 아름다운 기타 연주가 들려오는 거다. 회원들의 요청에 의한, 어느 기타리스트 분의 감성 있는 연주였다.

한참을 듣다가 "캬...좋다. 기타는 저렇게 연주해야 돼."라고 한마디 던지자 미술을 한다는 앞 좌석의 누군가가 이렇게 반박하는 게 아닌가.
"예술이란 획일적인 것이 아닙니다. 꼭 저렇게 연주하란 법은 없지요."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유명한 고 이윤기 선생의 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이윤기 선생이 30대 중반의 주부 소설가와 함께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어느 절을 찾아 갔을 때다. 주부 소설가와 따로 떨어져 꽃구경을 하고 있는데 5분 정도 지났을 무렵 그녀가 자기에게 다가오더니 "이런 망신이 없네요."라고 하더란다. 내막은 이렇다. 그녀가 한참 꽃구경 하고 있는 도중에 주지스님이 근처에 다가와 "참 흐드러지게 피었구나. 무슨 꽃이 이렇듯이 흐드러지게 피었을꼬."라고 말했다. 그녀가 "....동백꽃이에요."라고 대답하니 스님이 먼 산을 바라보듯 시선을 멀리 던지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런 대답은 않는 것이지요."


그때에 나도 이렇게 고상하게 답변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쪼잔하게 고작 생각해낸 답변이라는 게 장황하기는 또 얼마나 장황한지.
"당신은 식당에서 누군가가 '어, 이 스테이크 예술이네'라고 말하면 그때도 '스테이크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일뿐, 예술은 될 수 없습니다'라고 씨부려쌀 거요?"
그나마 이런 답변조차도 속으로 삼켜 버리고 겨우 한다는 말이,
"아...네, 뭐 그렇긴 하죠..."
그렇기는 개뿔.
노 스님에게 한 수 배운다.


간만에 예전에 적을 두었던 대학의 캠퍼스를 거닐고 싶어진다. 책상 속에 오랫동안 처박아둔 대학 시절의 사진들을 오랜만에 접하고는 '추억이 방울방울'진 탓일 거다.
학교에 가서 봄날의 동백꽃 같은 처자들을 바라보면서 "걸그룹 처자처럼 참으로 싱그럽고 어여쁘구나."하고 중얼거린다. 그러면 일행인 누군가가 한마디 하겠지. "미스A의 수지요?"하고. 그럴 때 먼 산을 바라보며 점잖게 한마디 던지는 거다.
"....그런 대답은 않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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