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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잡글쓰기

Spirit of Rock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알려진 소위 '롹커'들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언필칭 '롹의 정신은 반항입니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오글거림을 금치 못하겠다. 내 마음속의 '까칠이'와 '버럭이'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제도권의 주류와 철저하게 결탁, 공생하는 주제(?)에 '반항' 운운하는 건 꽤나 아이러니 아닌가?"

물론 주류 음반산업계과 방송계라는 소위 제도권을 발판으로 활동하는 모든 음악적 활동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마음속 또다른 캐릭터인 '타협이(?)'가 말한다. '타협이'는 롹커의 방송 출연에 거부감이 들지도 않는다("출연하면 왜 안되는데?"). '까칠이'가 말한다. 다만 그런 것에 두 발을 다 담근 상태ㅡ제도권의 온갖 혜택을 다 누리며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대체 무슨 반항을 하겠느냐고. 타협이가 대꾸한다."그런 상태라면, 나 역시 자신이 없다. 내가 이끄는 밴드와 그들의 가족과 또 기획사의 스텝과 음반사의 돈줄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


그러니까 반항을 하든 말든, 그것은 엄연히 뮤지션 개인의 자유다. 문제가 되는 건 언행일치의 여부다. 그런 의미에서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는 차라리 솔직하다. 그는 단지 이렇게 말할 뿐이니까. "It`s only Rock n` roll."




잘 알려져 있다시피 Nirvana의 커트 코베인은 앨범 <Nevermind>의 상업적 성공을 몹시 꺼려했다는 얘기가 있다. 커트의 속내는 잘 알 수 없지만, 나는 이런 소문이 심히 의심스럽다. 상업적 성공을 꺼려했다면 커트는 대체 왜 인디레이블이었던 서브팝을 등지고 잘나가는 주류 음반 회사인 (Gun`s N Roses가 소속되어 있는) 게펜 레코드와 계약을 하여 적을 두게 되었을까? 
그보다는 상업적 성공의 지속을 위해 음악에의 대중성을 강요하는 음반사의 간섭을 싫어했다고 보는 게 옳다. 그 간섭도 결과적으로는 <네버마인드>의 과도한 성공에서 비롯된 것이니, 커트가 그것의 상업적 성공을 꺼려했다고 와전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누가 커트코베인을 죽였는가>라는 저서를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네버마인드>의 상업적 성공 직후 <in utero>음반을 제작하자) 곧바로 밴드에게 압력이 가해졌다. 스튜디오로 돌아가서 듣기 쉬운 곡을 몇 곡 더 녹음하던가, 아니면 최소한 다른 프로듀서를 영입하여 앨범을 리믹스하라는 것이었다. 커트는 둘 다 거절했다." 친구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상업적인 팝음악을 결코 싫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음반관계자의 강요에 의해 창작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꺼려했다고 보는 게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소위 '인디의 정신'이라는 것도 결국은 이러한 예속에서 자유로운, 쉽게 말해 '저 꼴리는대로' 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지(물론 이런 것도 반항의 일부다), 롹의 정신이 반드시 지배계급을 향한 반항으로 일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닐 테다.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일종의 예속을 강요하는 꼴이 아닌가.



지배계급에 대한 반항적 태도ㅡ예컨대 Sex pistols나 RATM에게서 보여지는 반(反)정부적인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다. 다만 자칭 우익들의 천국인 이 대한왕국에서 잘못된 것에 대해 할 말을 하지 못하는(혹은 할 생각이 없는) 주류 롹커들이 방송에서 어쩌다 '롹은 반항'운운하는 것을 묵도하노라면, '반항'이라는 것이 반드시 주류나 지배계층을 향한 것만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님을 잘 말면서도, 그들의 그런 멘트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차라리 말을 말든가, 아니면 믹 재거처럼 '단지 롹앤롤일 뿐이야'라고 말하든가.


고 신해철이나 이승환처럼 할 말은 다 하는 뮤지션에게 걸핏하면 종북 딱지를 붙이고 그들로 하여금 공연장에서의 테러를 걱정하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하는 개자식들에게 분노의 똥침을 날리고 싶어하는 '버럭이'의 열망이 그런 인색한 거부감을 낳은 것일까? 아니면 나 역시도 말은 저렇게 그럴듯하게 하면서도 기실 속내는 '반항'이라는 것의 카테고리를 아직은 반정부적인 차원의 것으로 규정하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주류에 대한 비주류의 하찮은 시기심 같은 것일까?


어쨌거나 SNS라는 장벽의 뒷편에서는 '버럭이'가, 현실 세계에서는 '소심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마 그럴 거다. 이에 비하면 고 신해철 씨나 이승환 씨, 그리고 김장훈 씨는 대단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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