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때문인지, 아니면 한국 관객의 높은 도덕성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불륜을 소재로 다룬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기 일쑤인가 보다. 올해 초에 개봉한 <남과 여>도 누적 관객수 26만 명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불륜을 소재로 한 픽션을 무조건 막장이라 치부하는 경향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실상 작가들에게 있어 이 소재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 금기에 의해 더욱 촉발되는 욕망, 그리고 상황에 의해서 좌절되는 욕망의 괴로움만큼 다루고 싶은 소재가 또 있으랴.
소설의 경우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 전경린의 <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와 <이선 프롬>, D.H.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씨>, 존 파울스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와타나베 준이치의 <실락원>,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 내가 아는 것만도 이 정도이니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대체로 사랑이라는 광기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혹은 안주로 대변되는 제도권을 옹호하는 범 관객들(독자)의 이성적 윤리와 탈이성적인 맹목적 사랑의 열망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때로는 제도권으로부터의 이탈을 꿈꾸는 작가의 의도는 필연적으로 부대낄 수밖에 없다.
뭐, 물론 모든 작가들이 그런 것은 아닐 테다. 육체적 욕망을 혐오하는 도덕적인, 너무나 도덕적인 톨스토이는 외도한 안나 카레니나를 죽인다. 그것도 열차에 치이게 함으로써.
어쨌든 본 영화, 내용에 상관없이 영상미와 음악은 훌륭하다. 그리고 새삼 느끼는 바이지만, 전도연은 최고의 배우다. 내가 감독이라도 이런 배우를 기용하지 인형 같기만 한 김태희를 쓰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