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로 유명한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봄눈>.
미시마 유키오의 글을 읽다보면 사람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미시마 유키오는 1970년에 평화헌법에 반대,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며 40대 중반의 나이에 할복 자살했다. 군국주의의 부활을 염원한 극우주의자로 죽은 거다.
짙은 눈썹, 근육질 몸, 일본도...등, 그에게 느껴지는 건 이런 마초적 이미지다. 그런데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미문의 정체는 대체...이토록 시심 그윽한 인간이 대체 왜?
거장 안드레스 세고비아는 언젠가의 인터뷰에서, 나이듦에 따른 시심의 감소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봄비가 내린다. '하늘이 물청소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나 역시 시심의 바닥침을 느낀다. 하여 잠시 생각에 잠겨 시상을 떠올린 후 후배 '아쿠마'에게 다가가서,
"멋진 시구가 떠올랐어. 한번 들어볼텨?"
"뭔데?"
"듣고 평해봐."
목구멍을 가다듬고 시구를 읊었다. 575조의 하이쿠다.
황사의 추억
빗물로 부딪힌다
오염의 기억
감상 후 후배 아쿠마가 한마디를 툭 던진다.
"황사의 추억? 중국에서 연애했어?"
"어휴...일종의 은유야. 어쨌든 멋지지?"
라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아니. 졸라 구려."
그러고는 확인사살.
"형도 잘 알고 있잖아?"
21세기는 낭만의 시대가 아니거나
시심과는 도무지 섞일래야 섞일 수 없는 나이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