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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바운더리


동서울 터미널에서 뮝기적대다가 출발하기 직전에 버스에 올라 탔더니 승객 거개가 2인석 좌석에 한 명씩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아있는 좌석들 중 골라 앉으려고 통로를 천천히 걸어가는 도중 내게 독심술의 능력이 있음을 깨달았다. 여기저기서 그들은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제발 내 옆에 앉지마라...'
그 마음의 소리가 특히 강하게 들려오는 쪽은 역시나 젊은 처자들이다.


하여 결국 좌석이 다섯 개가 인접해 있는 맨 뒷 좌석의 가운데 자리에 가서 앉았다. 양 창가 쪽의 좌석은 처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내 양쪽 바로 옆 자리들은 비었으니까 이 정도면 불만이 없을 터이다.

문득 어느 동물학자의 실험이 생각난다. 폐쇄된 상자 안에 쥐 몇 마리를 넣는다. 초기에 그들은 다툼 없이 잘 지낸다. 하지만 개체수를 증가시켰더니 밀집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어느덧 서로 물고 뜯고 난리가 아니다. 그 학자의 실험으로 유추해낸 가설이 과밀 인구 지역(즉, 대도시)에서의 범죄율 증가라나 뭐라나.


어쨌거나 동물의 일종인 인간영장류도 자기만의 바운더리를 침해받을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 건 분명하다. 다만 같은 '아저씨'일지라도 그 처자들에게 있어 원빈은 좀 예외적인 경우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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