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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잡글쓰기

성업의 이유



원주시 행구동 소재의 카페 겸 식당 <소풍>.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통해 자주 접한 곳이어서 예전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동행인인 권 모 씨와 내가 주문한 요리는 돈까스와 해물 떡볶이.
계산은 물론 내가 아니라 권 모 씨가.


미안해서 식후에 "(내가 살테니)커피 한 잔 할까?"하고 묻자 주인 아저씨께서 웃으시며 권 모 씨 대신 대답하신다('사장님'이라는 호칭보다 '주인 아저씨'라는 호칭은 돈 냄새가 덜 나서 좋다).
"그냥 제가 아메리카노로 드릴게요."

이 아저씨, 장사하는 법을 안다…라고 말하는 건 너무 계산적이다. 차라리 '상도(商道)'를 안다고 표현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훌륭한 맛과 인테리어 만으로는 2% 부족하다. 자기 기분에 충실한아니, 자기 기분 꼴리는대로 자신의 인상(相)과 태도를 결정하는 주인이 상전처럼 있는 가게는 가고 싶지가 않다.


이 가게에 들어가기 5분 전에는 근처의 어느 유명한 식당에 들어갔었다. 자리에 앉은 후 주인에게 "청국장 둘이요."라고 말했더니 찬장을 뒤지는 척을 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죄송한데 지금 밥이 없네요. 제가 다리가 아파서 오늘 밥을 못했어요. 오늘 영업은 여기까지만이에요."
그런가 보다,하고 그곳을 나왔는데 조금 이상하다. 그런 말이라면 우리가 가게 안에 막 들어왔을 때 해야하는 게 상식 아닌가? 그리고 밥의 유무 여부를 확인할 거면 밥통을 열어 봐야지 왜 찬장을 뒤지는가?

다른 테이블은 3인 이상의 손님들로 꽉 찼는데 유독 우리 두 명이 들어갔을 때 밥이 동나는 기가막힌 타이밍이라니아무래도 적은 인원에 비교적 싼 메뉴를 선택한 대가인 것 같다.

 

따뜻한 무료 커피와 호빵을 먹은 후 주인 아저씨의 인사를 뒤로 하고 <소풍>을 나왔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니 우리를 문전박대했던 그 식당의 주차장에는 여전히 차들이 많았고 여전히 영업중이었다. 아마도 손님들 사이로 '인자(人子)'께서 재림하시어 아팠던 다리는 기적적으로 회복되었을 것이고, 오병이어(魚)의 기적 또한 여기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상도와 성업(盛業)은 비례 관계가 있는 것일까, 별 상관이 없는 것일까?


 

 

 

사족 : 상도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순간 설사가 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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