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평화로운 오후.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너무나 좋아하는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를 재독한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 :
[이제 과거를 돌이켜 보니, 그는 자신이 지독한 쳇바퀴 속에 틀어박혀 살았다는 걸 알았다. 의무를 다한 일의 최악의 결과는 그 어떤 다른 일도 하기에 부적합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옳은 것과 그른 것, 정직과 부정직, 젊잖은 것과 그 반대를 가르는 선이 너무나 명확해서 예측하지 못한 것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환경에 굴복해서 지내던 상상력이 어느 순간 일상적 수준 위로 솟아올라서 인생의 긴 굽잇길을 바라보는 순간들이 있다. 아처는 그곳에 높이 머물면서 생각했다.
그가 자라난 작은 세계, 그를 굴복시키고 구속한 그 세계의 기준들 가운데서 지금 무엇이 남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