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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잡글쓰기

오늘을 잡아라

https://www.youtube.com/watch?v=FOPXew5suVY



강신주 왈,
"대부분의 종교는 미래를 얘기해요. 극락이니, 천국이니...그리고 자본주의는 가까운 미래를 얘기해요. 10년 뒤나 15년 뒤를. 그러나 인문학자는 현재를 잡아야 한다고 얘기하죠.(...) 자각을 가져야 해요. '내일은 없다.' 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삶의 질이 굉장히 높아져요."

그러고 보니 솔 벨로우의 소설 <오늘을 잡아라>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과거는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 미래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지. 오직 현재만이 실재하는 거야. '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야 해."

내가 이해하는 '바로 지금'을 잡는 방법 중 하나는 순수몰입(Flow)의 순간에 빠져드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기타 연습을 하거나 작/편곡을 할 때 오로지 '현재를 산다.' 작품의 질을 떠나 어떤 때는 정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그 순간을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 순간에는 행복이라는 개념마저 의식되지 않는다. 시간 위를 수놓는 음들과 동행할 때 과거나 미래는 머릿속에 없다. 오직 특정 음을 붙들고 있는 '지금'과 맞닥뜨릴 뿐이다. 아마도 인문학자들이 예술활동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들 중 하나일 것이다.

문제는 기타를 내려놓은 이후다. 순수몰입의 '현재'는 어느덧 사라지고, 때로는 과거의 회한보다 더 큰 무게로 다가오는 막연한 미래라는 돌덩이에 압사할 지경이 된다. 아마도 성찰이 부족한 탓이리라. 
개미는 내일을 살고, 베짱이는 오늘을 산다. 그런 베짱이가 겨울을 근심한다면 아마도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의 결말에 학습된 결과일 것이다.

몰입하자. 연습이든, 그 무엇이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그냥 (현재를) 살다가 나중에 꽃이 지듯이 죽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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