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용 숙소의 테이블 위에 마치 메주처럼 콩으로 뭉쳐진, 작은 케잌만한 음식이 놓여져 있다. 출출한 참에 한 입 베어 물었더니, 근처에 있던 누군가가 한마디를 한다.
"그게 맛있는 건 줄 아니?"
아니나 다를까, 그것을 완전히 삼키기도 전에 혀 전체에 퍼지는 건 소태 같이 쓰디쓴 맛이다. 나는 청소가 되어 있지 않아 아주 불결한 욕실에 들어가 수도를 튼 다음, 수도꼭지에 연결된 긴 호스를 통해 입 안을 헹군다. 입 천장과 혓바닥 여기저기에 마치 엿처럼 들러붙은 그 역한 음식의 찌꺼기들을 뱉어내려 애쓰지만 잘 안되는 통에 한참을 애먹는다.
눈을 뜨자 욕실이 아닌 내 방의 작은 침대 위에 누워있다. 꿈을 꿨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입 안 가득한 쓴 맛을 느낀다. 설마 그 염분덩어리 된장 같은 음식 찌꺼기가 아직까지 들러붙어 있는 건 아닐 테지. 영화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의 프레디 크루거도 아니고 말이지.
맞다. 이것은 자기 전에 견과류 안주와 함께 먹은 두 캔의 맥주 때문이다. 알코올이 체내 수분을 분해한 탓에 소량의 그것만으로도 이미 입 안은 텁텁하고 쓰다. 쥐뿔만큼 알고 있는 심리학적 견해로 봤을 때 그 꿈은 이른바 무의식에 의해 꿈의 '원망(願望)충족 기능'이 발현된 예다(살짝 성적인 의미도 엿보이는 듯하지만 그건 차치하자). 예컨대 과도한 음주 후에 꾼 꿈 중에는 냉장고를 열어 생수병을 꺼낸 다음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도 있다. 이번 꿈에서 물을 벌꺽벌컥 마시는 대신 입 안을 헹구는 것에 그친 건 아마도 비교적 적은 양의 알코올 섭취로 인해 체내 수분 분해가 미진했던 탓이었을 테다.
잘은 모르겠지만, 무의식은 그런 꿈을 통해 내게 '그만 자고 일어나서 수분 섭취를 하라'고 재촉했던 건 아닐까?
일어나서 물을 들이킨 다음, 거울을 통해 졸음이 남아있는 얼굴을 바라보며 양치질을 했다. 양치질도 안 하고 그냥 잠들어 버리다니...하마터면 치석이 자라날 뻔했다.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무의식, 넌 참 좋은 놈이야.'
무의식이 얼마나 좋은 놈인가 하면, 그는 그렇다고 내 욕망을 무제한, 무조건적으로 충족시켜 주지만은 않는다. 예컨대 꿈속에서나마 소녀시대 처자들의 그늘에 파묻히게 해달라는 소망은 단칼에 '쌩깐다.' 그는 중도(中度)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