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혼술.
지난 밤에 끔찍한 꿈을 꾸었다. 배경은 프랑스.
노점 상인들 중 어떤 한국인 아줌마가 통닭 크기만한 정체 모를 고기를 팔고 있다. 그것을 한 입 베어 문 도중 고개를 들어 측면 안 쪽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경악한다. 강아지들을 산 채로 훈제구이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공감에 따른 고통과 분노를 품은 채 지인에게 말한다. "저거 프랑스 시민들이 보면 그냥 두지 않을 텐데!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꿈은 여기까지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반복되어 나타나는 꿈들이 있다. 하나는 군대에 재입대하는 꿈이고(끔찍하다...), 또 하나는 학점 미달로 졸업을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꿈이다(꿈속에서 나는 4학년 2학기의 절반이 지나가도록 특정 과목의 강의를 연속해서 결석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 꿈이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는 대충 짐작이 갈 것도 같다. 그러나 또 다른 반복되는 꿈인 '동물들이 학대 당하는 꿈'은 도무지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꿈속에서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면 인간중심주의를 반대하는 확장된 윤리성의 발현인 듯한데, 과연 그럴까. 어쩌면 잔학성과 측은지심이라는 공감성이 내면에 공존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꿈은 아닐까.
그러고 보면 나는 한 때 호러무비 매니아였고, 지금도 가끔 즐겨 보기는 한다(<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은 최고로 끔찍했고, 리메이크된 <이블데드>는 아주 흥미로웠다)...
그건 그렇고, 왜 하필이면 배경이 프랑스인 것일까? 짐작컨대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드 바르도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일관성 없고 차별적인 그녀의 관점은 비판 받을만 하지만, 동물 학대의 꿈을 반복해서 꾸며 도살되는 동물들에 대해 연민을 품으면서도 맥주 안주로 쏘시지 볶음 따위를 처묵처묵 처먹으며 위선을 떠는 나보다는 채식주의자인 그녀가 더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