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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한약 먹는 신세

 

 

 

뇌경색 후유증으로 인하여 기력이 심히 쇠잔해진 요즘, 원기 충전을 위해 마시고 있는 한약. 재료는 장어 외 다수.

이 한약이 내 바람을 오해하여 혹 의도하지 않은 춘정(春情)을 동하게 할까 다소 염려가 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설령 의도 외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까닭은 인간에겐 성(性)에너지를 보다 고상한 다른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승화(昇華)의 힘이라나 뭐라나.

 

 

1990년대 후반의 일이다.
미국의 오클라호마로 유학을 간 친구로부터 크리스마스 카드를 빙자한 엽서 한 장이 날라왔다. 내용이 너무나 간략하고 인상적이어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뒷장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안녕, 지얼아.
메리 크리스마스.
잘 지내지?
나도 잘 지낸다.

건강 생각해서 적당히 쳐라.

          199X년 12월 XX일. 진상이가.


답장을 보내기 위해 문구점에서 엽서를 한 장 구입한 후  뒷장에 이렇게 적었다.

안녕. 진상(가명)아.
해피 뉴 이어~ㄹ.

잘 지내냐?
타지에서 좀 외롭겠구나.
귀국 후에는 애인도 생기겠지? 
그럴 거라 생각하며 자위해라.

          199X년 12월 XX일. 지얼이가.

 

 

 

 

그러나 이 엽서는 차마 보내지 못하였다....

 

새벽녘의 춘정(春情)에 벽이라도 뚫을 것 같았던, 아직은 젊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10년이 조금 더 지난 지금은 한약 먹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청춘에서 노년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어쨌거나 이 한약을 먹고 적당히....아니, 열심히 치자.


기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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