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가운데, 나란히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매미 세 마리.
두 시간 동안의 관찰 결과 자리 이동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다.
날개가 있어도 저러고 산다. 생애 내내(7일) 저러는 걸까? 땅 속 7년 동안의 요지부동이 만성이 되어서 그런 건지 꽤나 게으르다.
가끔 재미로 세계지도나 지구본을 들여다 볼 때가 있다. 지도 위의 내가 살고 있는 지점에 가상의 점을 찍은 후, 그 점에서부터 그동안 내가 이동했던 지점까지 가상의 선을 그어본다. 그 상태에서 두 걸음 떨어져 상상의 선분들을 바라보면, 아마도 거의 점에 가깝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 매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귀천(歸天)....아니, 귀지(歸地)할 날이 3일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 매미.'
평생 쾨니히스베르크를 벗어난 적이 없는 철학자 칸트도 '인간 매미'였단다.
대신 그 삶의 대가(代價)로 그의 저서들은 전 세계를 누빈다.
전 세계로 누빌만한 그 무엇이 없는 나는 살아 생전에 선분의 길이를 연장해가야 하건만
비행기 타는 걸 무서워하는 탓에 그다지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선분이 연장되지 아니한들 어떠리.
나의 소박한 소망은 그저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머물며 간헐적인 기차 여행으로 만족하는 것.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가끔 기타(Guitar) 중주(重奏)를 연습하다가 금요일 저녁이 되면 마당의 평상에 앉아 파전이나 도토리 묵 안주에 과하지 않을 정도의 막걸리를 마시는 것.
사는 게 별 건가. '인간 매미'가 된다 한들 어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