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읽은 강영숙 작가의 <라이팅 클럽>에 이런 얘기가 있다.
글을 쓰겠다는 열망을 품게 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환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 일 외에 다른 일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마는 것이다. 임신 초기의 울렁증처럼 평생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기분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거기서 정도가 심해지면 바보가 된다.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저 병을 앓는다.
환자가 되어버리거나 정신줄을 놓아버릴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미친듯이 글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문제는 그게 막연하다는 거다. 마치 딱히 사랑하는 연인도 없으면서 무작정 연애하고 싶다는 감정에 빠지는 것처럼, 딱히 쓸 소재도 없으면서 그냥 무작정 쓰고 싶어지는 것. 그럴 때는 소재를 찾아 나의 과거지사를 뒤적여 본다. 대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생각이 나도 별 볼일 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쓸 게 없다. 욕망은 여전한데 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글을 쓰겠다는 열망에 반비례하게도 자신의 일과 관련된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때, 사람은 굳이 뻥이라도 쳐서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하려 드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소위 작가가 되는 건 아닐까?
사진이 무언가 <말할 수 있다>는 것은 허구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하더라도 재구성하여 표현한다는 것은 결국 허구적인 것이 아닐까? 사건의 단순한 보고에 만족한다면 덜 허구적이겠지만, 자세히 표현하고자 하면 할수록 허구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야기 속에 허구를 많이 집어넣으면 넣을수록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단순히 보고되는 사실보다는 허구적 서술에 보다 쉽게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게 아닐까?
-페터 한트케, <소망 없는 불행>중에서
가끔은 재미있는 뻥거리(?)나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작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마음 속이 답답할 땐 뻥이라도 쳐서 무언가 토로하고 싶어지는 거다.
그러나 뻥을 치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