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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축생의 삶


아는 수의사 쌤의 동물병원에 갔더니 어느 유기견이 낳은 아가들이 있는 거다.


 

갈색 아가는 아무리 휘파람을 불어도 반응을 안 하더니 휘파람으로 부른 바로크 음악엔 반응한다. 악성(聖) 멍멍이인가? ㅋ



내가 사는 시에서만 한 달 평균 18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보호소'에 잡혀 들어온다. 개는 분실견보다는 대개 유기견인 경우가 많고 고양이의 경우는 유기묘 보다는 주민들이 시끄럽다거나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신고해서 잡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내가 사는 시는 다행히도 개의 경우 재입양률이 비교적 높고 고양이의 경우 대개(개체 수 감소를 위한)중성화 수술 후 자연으로 돌려보내지만, 많은 타 지역들의 경우는 '안락사' 비율이 90%에 달하거나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런데 우리가 아우슈비츠를 '보호소'라고 부른 적이 있었나? 멀쩡한 사람을 약물로 살해하는 것을 '안락사'라고 한 적이 있었나? 이렇게 우리는 언어를 희롱한다.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고양이는 쥐를 죽이는데, 같은 이유로 인간인 우리가 고양이를 죽이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재 반론은 아마 이렇지 않을까?

"수컷 고릴라는 종족간의 폭력를 통해서 암컷을 차지하는데, 같은 이유로 인간 수컷인 우리가 종족간 혈투를 통해서 인간 암컷을 차지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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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멍멍이들아. 부디 천수를 다 누리기를,

살아있을 때는 고통 받지 않고 유기되지 않기를,

이 고약한 세상의 음지에서 벌벌 떨게 되지 않기를,

양지에서 맘껏 뛰놀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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