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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화성의 조직

 

 

 

팝페라 가수 <엘리나>의 음반에 수록될 Try to remember 편곡 중.


이 버전은 비근접조에 의한 전조, 그러니까 E장조에서 Ab장조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전조해야 하는 것이 과제. 악식의 규칙을 위해 4마디를 딱 채워야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소년탐정 김전일처럼 외쳐보자.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일단 전조되기 직전 네 마디의 화성은 다음과 같다(아래의 사진을 참조하라).

EM7 ---  Gm(b13) --- AM9 ---  B7sus4

그 다음 전조를 시도해야 하는 네 마디 부분.

E, E(#5) ---  B9(b5)/D# --- B9/D# --- Eb9(b5,b13)

마지막 마디의 Eb9(b5,b13)은 기능적으로 파악했을 때 Ab장조의 V7(Eb7) 계열의 코드이므로 자연스럽게 Ab장조의 토닉으로 넘어갈 수 있다.
여기서 세 번째 마디와 네 번째 마디 부분, 즉 B9/D# 코드가 Eb9(b5,b13)으로 넘어가는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E장조의 V7 기능을 하는 B9/D#코드가 갑자기 비(非)근접조인 Ab장조의 V7 기능을 하는 Eb9으로 넘어갈 수 있는가?'

근거는 다음과 같다.

Eb9(b5,b13) = B9(b5,b13)/D#

 

 

이 두 개의 코드는 실상 같은 화음인 것이다. 코드 구성음을 분석하면 알 수 있다. .

Eb9(b5,b13) =

Eb(root) + G(3th noth) + Db(b7th note) + F(9th note) + A(b5th note) + B(b13th note) 

B9(
b5,b13)/D# =
B(root) + D#(3th note) + A(b7th note) + C#(9th note) + F(b5th note) + G(b13th note)

같은 음끼리 동일한 색상으로 표시해 보자.

 

Eb9(b5,b13) =

Eb + G + Db + F + A + B

B9(
b5,b13)/D# =
B + D# + A + C# + F + G

 

완벽히 일치한다. 이처럼 둘 다 V7의 기능을 하지만, 각기 다른 비근접조(E장조와 Ab장조)의 V9(b5,b13)화음들이 동일한 구성음을 갖는다는 것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X9(b5,b13) = [X+증5도]9(b5,b13)

예컨대 X에 G를 대입하면,

G9(b5,b13) = Eb9(b5,b13)
이 되고, X에 C를 대입하면,
C9(b5,b13) = Gb9(b5,b13)

이 된다.



대리화음과 텐션음에 대한 지식이 역시 도움이 된다. 음악은 감각의 산물이지만 많은 경우 짱구(?)를 굴려서 계산을 하듯 조직적으로 짜맞춰야 할 때가 많다. 물론 그렇게 조직한
것이 음악적으로 타당한가 그렇지 아니한가는 경험(지식)과 감각이 동시에 판단한다. 일단 이러한 조직하기에 성공하면 상투적이지 않은 울림을 얻을 수 있다.
(언젠가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쓸 날이 오겠지.)

 


라벨이 화성을 조직하는 방식도 이와 유사했다. 작곡자가 창조해낸 모든 것은 오선에 옮기기 전에 100% 작곡가의 머리속에 이미 완성된 채로 있었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신화적인 발상이다(모짜르트는 아마도 그랬으리라 추측되지만, 모짜르트가 다룬 화성은 이후 시대의 드뷔시나 라벨에 비교했을 때 그다지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런 발상이 감각만능주의를 낳는다. 학생이라면 특히 이런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라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족)
하지만 이 네 마디의 화성은 운동성(변화)가 부족한 듯하여 이후 다시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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