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kookilbo.com/v/5fc34642c1674727b2315a02b86b49f7
2년 전, 입원했을 때의 일이다.
여러 6인실에 빈자리가 꽤 있는 것이 빤히 보임에도 병원측의 '이기적 합리성'에 따른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비싼 2인실에 이틀 정도 있어야만 했는데, 옆 침상에는 일흔이 채 되어 보이지 않는 노인분이 계셨더랬다. 그날 오전에 뉴스를 보면서 그가 말하기를,
"김대중이고 뭐고 노무현이고 죄다 친인척 비리를 저질렀잖아. 그에 비해 이명박은 먹은 게 없이 깨끗하다니까."
참다 못해 한 마디 했다....
"안 먹긴요. 나름 다 먹었습니다... "
어쩔 것인가. 장악된 언론(주로 TV 뉴스)의 한계와 정부 여당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의 결과인 것을. 용산참사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옹호하거나 무비판으로 일관하는 것 역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종교적 믿음이나 오불관언(吾不關焉)의 태도에 쩔어 있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닌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다음의 대화로 끝을 맺는다.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 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유체이탈 화법의 창시자 M.B.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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