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의 죽음에 관하여 고대의 묘석에는 서 있는 자기의 주인을 올려다보고 있는 개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중세기의 무덤 벽돌에서는 죽은 사람의 발치에 누워있는 그레이하운드가 보인다. 우리네의 무덤에서는 가장 친근한 동물도 추방되고, 초상화마저 그려 넣을 수가 없다. 인간은 자기자신과 더불어 홀로 있다. 그는 당연히 자기가 가질 수 있는 것만을 가질 뿐이다. 개는 따로 매장된다. 아스니에르에서 가까운 이 섬의 공동묘지에서처럼. -장 그르니에, 중에서. 가을이 절정에 이르던 작년 10월의 일이다. 한 동물병원에 차에 치인 것으로 추정되는 백구 한마리가 위중한 상태로 입원되었다. 최초 신고자는 앳되 보이는 얼굴의, 20살 정도 되어보이는 두 명의 여대생들이었다. 이들은 그 백구의 견주가 아니었다. 우연히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 더보기 거리에서 1999년 12월 31일의 거리는, 나로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흥분으로 상기된 표정을 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자동차 위에 올라앉은 사람들, 지하철 출구 건물의 지붕 위에서 뭔가를 향해 소리지르던 사람들, 차도로 쏟아져 나와 인도를 무색하게 만든 무수한 사람들...그리고 저 멀리에서 들리던, 연예인들의 노래와 춤. 거리는 축제 그 자체였고 달뜬 사람들의 얼굴은 축제 분위기와 달빛으로 훤했을 것이다. 친구의 강제 아닌 강제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 나는 어지러운 인파 속에서 길을 잃고 정신을 빼앗겼다. 신음 대신 가벼운 욕설이 욕지기를 대신하여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사람들로부터 쏟아져 나온 온갖 음성들, 어지러운 음파들의 중복, 청각을 교란시키는 장소에 대한 혐오. 한때 소주방이라는 곳이 유행한.. 더보기 바보들의 행진 90년대 중 후반 즈음에 우연히 신문에서 에 대한 어떤 평론가의 호평을 접한 일이 있다. 70년대 영화라는데 촌스럽지는 않을까...우려 반 기대 반으로 영화를 보았는데 관람 후 내 솔직한 소감은 이랬다. '이게 무슨 명작이냐...ㅆㅂ...이거 완전히 비관을 위한 비관 아닌가?' 영화 스토리는 대충 이렇다. Y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병태는 그룹 미팅을 통해 같은 또래의 H대 불문학과 재학생 영자를 알게 된다. 급격히 전개된 서구 문명의 영향을 받고 성장해온 이들 70년대의 젊은이들은 캠퍼스, 가정 그리고 기존 사회의 벽과 부딪쳐가면서 고뇌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고뇌는 우직스러울 정도의 해학과 자조를 띄우면서도 좀 더 밝고 명랑한 내일을 위해 성장해간다. 병태와 영자의 사이에는 어떤 사랑의 약속도 없다... 더보기 이전 1 ··· 173 174 175 176 177 178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