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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음악학원이 너무 많다 기타 붐이 일었다는 강원도 W시에 가보니 역시나 실용음악학원이 무진장 많다. 하지만 월세가 비싼 소위 중심가에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건대 역시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정도의 붐은 아니거나, 혹은 이미 한풀 꺾인 것인지도. 학원 입구에 호객용 문구를 큰 글씨로 적어놓은 것이 종종 눈에 띈다. '3개월 등록시 통기타 한 대 무료 증정'따위의.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어쩌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는 것을. 경제가 그로기 상태가 되어 비틀거리면 제일 먼저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하는 분야가 예체능계인 것을. 더보기
일요일 오후에 졸음이 몰려오는, 나른한 일요일 오후. 개들은 모두 자고 있고 집밖에서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는 커녕 지나다니는 소리조차 없어 고요하다. 창 너머로 옆집의 누군가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가 잠결에 아른하게 들린다. 완주를 기대했지만 도중에 치다가 만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듯이 역시 나의 연주보다는 남의 연주가 더 듣기에 좋은 법이다. 더보기
버리자 밤 늦은 시각까지 집 청소를 했다. 뭔가 너저분하고 번잡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재활용 포대에 쑤셔넣었더니 한가득이다. 결국 이런 식이다. 수 년 전에 '이 물건은 당장은 필요없지만,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해서 보관해둔 물건들 중 쓸모가 있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들은 거의 없다. 결국은 폐품 혹은 쓰레기를 집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꼴이다. 나의 '생활의 발견'은 이거다. 버려라. 미련 갖지 말고 과감하게 버려라. 언젠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서 보관해 봤자 결국에는 그것을 보관해 두었다는기억조차 잊혀서 설령 그 물건이 필요한 순간이 오더라도 그걸 다시 사용할 일은 없다. 무엇보다 재사용할 일은 거의 오지 않는다. 쌓아두어서 번잡해지는 건 두 가지다. 방구석과 마음. 내일은 옷들을 정리하.. 더보기
무용한 삶 어느 모임에서 들은 얘기들의 키워드는 대충 다음과 같다. 특목고, 자사고, 떼돈, 아파트. 그리고 이런 얘기도 들었다.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아빠가 부자여야 한다는. 진심으로 이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아주 무용한 삶을 살고프다. 더보기
퇴고 안도현 시인이 소개한 시 창작 노하우 중의 하나는 이렇다. 시의 초고를 완성하면, 일단 며칠 정도 컴퓨터 하드 속에 묵혀둔다. 그리고 1~2주 정도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꺼내어 본 다음 퇴고를 한다. 좋은 방법이다. 적어도 밤에 쓴 연애편지에 자뻑하다가, 다음날 아침에 '행인임발우개봉'한 후 그 오글거림에 스스로 민망해 본 적이 있는 경험이 있는 이라면 안도현 시인의 의도를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열흘 전에 열심히 곡을 써서 일단 완성을 했더랬다. 진부하지도 않고 난해하지도 않은, 아주 적절한 수준의 곡이어서 꽤 만족스러웠다. 그러다가 '퇴고(?)' 단계에 들어가기 직전에 중지의 손톱이 부러지는 통에 열흘간 기타는 손도 못 댔다. 오늘 어느 정도 손톱이 자란 듯하여 오랜만에 기타를 꺼내들고 퇴.. 더보기
은둔 바람부는 날에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나뭇가지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존 케이지나 메시앙이라면 이런 소리도 음악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에 상관없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꽤나 상쾌한 소리임에는 분명하다. 집 마당에 몇 그루의 나무가 있지만, 폭풍전야가 아닌 한 이런 소리는 듣기 힘들다. 인접한 건물에 막혀 있어서 통풍이 차단된 탓이다. 나뭇가지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옆집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가능하다면 무인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니면 인적 없는 숲속 오두막에서 호러 소설을 쓰면서 살든가…. 동화 의 작가 토베 얀슨 여사나 J.D 샐린저처럼 인간들과 뚝 떨어져 살든지, 아니면 정말로 괜찮은 공동체의.. 더보기
희망의 철학 http://bonlivre.tistory.com/430 위의 글은 아주 그럴듯하다. 사실 틀린 말도 거의 없다. 문제는 마윈 알리바바 그룹의 회장이 현 위치에 오르기 전에 자신의 '꿈'이란 아마도 현재 자신의 위치에 서는 것이었으리라는 점이고, 많은 이들 역시 저 위치(혹은 부유층)에 서는 것을 꿈이라 여기는 한, 이 희망의 철학은 대개 절망적인 것으로 끝나기 십상이라는 거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이런 말을 했단다. "이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 덕분에 특히 젊은 사람들은 처음에 피상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과 행운아들은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절망한다. 그들은 영혼의 비통함에 숨이 막힌다." 위 얘기의 키워드는 이것이다.. 더보기
이것이냐 저것이냐 이것이냐 저것이냐. 더보기
옛날 떡볶이 기타 연습도 안했는데 손가락이 뻐근하다. 혈류가 원할하지 않은 탓일까? 생각해 보니 운동이라는 걸 안 한 지 꽤 되었다. 하여, 간만에 동네 인근의 산길을 걸었다. 산 반대편으로 넘어가니 롯데 백화점과 알라딘 중고 서점이 바로 코 앞이다. 알라딘에서 이라는 제목의 책을 한 권 구매한 다음 바로 옆 건물 1층에 있는 떡볶이집에 들렀다. 국물이 많은 소위 '옛날 떡볶이'다. 군에서 제대한 다음 날, 종로에서 한 친구와 떡볶이를 먹고 다음과 같은 탄식을 한 일이 있다. "세상이 그새 바뀌었구나!" 떡볶이가 국물이 줄어 아구찜처럼 되어버리고, 당도가 훨씬 높아진 것뿐임에도 정말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었다. 어쨌거나 여기 이렇게 국물 많은 떡볶이가 다시 부활했다. 쉰세대인 나는 점도가 높은 기존의 것보다는 이게 더.. 더보기
유체이탈 화법 간만에 중고서점에 가니 이렇게 훌륭한 내용의 책이 다 있다. 유체이탈 화법의 모범을 제시하여 평론가들로부터 언행불일치 따로국밥 미학의 효시로 극찬 받은, 2005년에 출판된 작품이다. 쥐의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