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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운명 고대 로마의 무수한 깡패/변태 황제들의 계보에서 이탈한 5현제들 중에서 가장 빛났던 철학자 황제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이 세계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조화와 융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 우주가 모든 개체들이 모이고 조화하여 하나의 현존하는 완성체가 되어 있듯이, 현존하는 모든 원인들로부터 필연, 즉 운명이라고 하는 하나의 커다란 원인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무지한 사람들이라도 내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한다. 즉 그들 역시 '이러이러한 이들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닥치는 것은 필연(운명)이다. 그것이 그에게 약속되어 있었던 것이다.(...)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그것이 설령 불쾌하고 못마땅하게 여겨지더라도 감수하도록 하라. 왜냐 하면 그것들은 바로 우주의 건강과 제우스의 번영과 행복에로 이끌어 .. 더보기
뺑소니 음주 운전하는 꿈을 꾸었다. 신호 대기 중에 술 기운이 돌아 깜박 졸았는데 그만 엑셀을 밟아 버렸다. 앞 차와 가볍게 충돌. 앞 차에서 목을 잡고 머리를 갸웃거리며 기어나오는 운전자의 모양새가 확실히 삥을 좀 뜯어낼 심산이다. 아니나 다를까, 개처럼 코를 킁킁거리더니, "뭐야? 이 이저씨, 한 잔 하셨네?" '빌어먹을, 과도하게 삥 뜯기겠군'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응징에의 욕망이 꿈틀댄다. 이 개자식을 어떻게 보기 좋게 엿먹이지? 순간 잠에서 깨고, 너무나 리얼했던 탓인지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리고 생각한다. 'ㅋㅋㅋ....결국 이 개자식을 엿먹였군.' 차원을 달리하는 뺑소니로. 더보기
거미줄 우리집에 많은 것이 세 가지 있다. 기타와 개, 그리고 거미다. 지나다니는 곳과 잠자는 곳을 제외한 장소에 있는 거미집은 구태여 제거하지 않고 그냥 둔다. 징그럽기는 하지만 이 그로테스크한 생물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덤으로 파리나 모기도 잡아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1층에 있는 작업실(연습실)로 향하는 도중에 거미 소굴인 마당 모퉁이 나무의 잎들 사이로 한 줄기 빛을 중심으로 빛의 파편들이 거미줄을 비추고 있는 걸 발견한 순간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거미줄에 미감이 발동하다니, 다소 변태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만... 더보기
판단 주체 기타 앰프를 팔려고 뮬의 중고장터에 내놓았다. 전화 받기 귀찮아서 살 의향이 있으시면 문자 메시지로 연락달라고 당부를 했건만 꼭 전화를 하는 이들이 있다. 뭐 궁금한 바가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검색해서 해당 제품에 대한 넘치는 여러 전문가적 식견을 참고하는 게 더 객관적이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이런저런 질문을 받으면 꽤 성가시다. 더군다나 "이거 소리 좋아요?"하는 질문을 받으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럼 파는 사람 입장에서 "아니오, 이거 소리 졸라 후져요."라고 말할까? 아니, 그 전에 '소리가 좋음'의 기준은 대체 뭘까? 내 260만 원짜리 펜더 기타는 소리가 좋을까, 나쁠까? 30만 원짜리 기타 유저에게는 너무나 좋고, 2천만 원짜리 59년산 펜더 유저에게는.. 더보기
노안 도래 고딩 시절, 수학 시간에 딴 짓 하다 걸려서 벌로 교실 뒷편 벽쪽에 서서 수업을 들었을 때다. 10분 쯤 그러고 있는데 수학 쌤께서 뭔 심술이 나셨는지 칠판에 적힌 수식을 가르키며 "거기 맨 뒤에 서 있는 놈, 이 y의 값이 뭐냐?"고 내게 질문을 던지시는 거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칠판 위의 수식들을 잠시 쳐다본 후에 말했다. "(눈이 나빠서) 글자가 잘 안 보여요…." 그러자 쌤께서 좀 앞으로 나와서 보라고 나를 다그치셨다. 나는 교실의 중간 쯤 다가가서 다시 실눈으로 칠판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래도 안 보이는데요…." 그러자 쌤께서 다소 언성을 높이시며 "그럼 이 앞까지 와서 보면 되잖아!"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나는 할 수 없이 책상의 맨 앞 줄까지 다가간 다음 칠판의 .. 더보기
강원도민이 되다 강원도로 이사 온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 얻었던 월세집은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이 파기된 탓에 새로이 집과 학원 자리를 알아보느라 지난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바쁘게 움직였다. 이사도 허겁지겁 해치운 통에 아직까지 정리 중이다. 뭐, 저질 체력으로 쉬엄쉬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랬던 탓에 이사 가기 전에 미처 찾아뵙지 못한 선/후배, 지인 분들이 몇 분 있다. 이 지면(?)을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부디 이 무심함을 용서하시기를…^;;; 여기는 내가 젊었던 시절에 나름 열심히 기타 연습을 했던 곳이다. 여기서 한 친구와 나 더보기
멘붕이란 이런 것 더보기
오래된 책 진공청소기로 소파 아래를 청소를 하는 도중에 아주 낡은 책 한 권이 청소기 흡입구에 빨려 나온다. 라는 제목의 기독교 냄새(?)가 나는 서적이다. 기억하기로는 우리집에 있는 책들 가운데 가장 오래전에 출판된 것으로 알고있다. 발행 년도가 1975년이다. 레드제플린이 라는 제목의 더블 앨범을 발표하고 고 하길종 감독의 이라는 영화를 상영한 해다. 40년 전이라니, 정말이지 아득한 세월이다. 그 영화의 삽입곡이었던 의 가사가 문득 떠오른다. 하늘엔 조각 구름 무정한 세월이여 꽃잎이 떨어지면 젊음도 곧 가겠지 벌써 가버렸다… 더보기
맑은 날 스모그 없는 맑은 날. 저 멀리 북한산도 보인다. 더보기
성의(聖衣) 채널 에서 1953년도 영화 를 방영해주고 있다. 영상도 좋고, 생각보다 재미있다. 로마 사령관 마르켈루스을 주인으로 둔 그리스 출신의 노예 드미트리우스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처연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십자가 뒷편에서는 사형을 집행한 로마 군인들이 희희덕대며 노름을 하고 있다. 디테일의 차이만 있을 뿐, 서울 한복판 어딘가에서 많이 본 장면이다. 분개한 노예 드미트리우스는 자신의 사령관에게 분노의 일침을 날린다. "정글의 짐승들!"... 정글에서 인간으로 살아남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산 자를 찾지마라." 이후 점차 정글에서 벗어나는 사령관 마르켈루스는 이렇게 말한다. "아픈 건 내 정신이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