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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Out of Doors 나를 괴롭히는, 특정의 반복되는 꿈들이 있다. 하나는 군대에 재입대하는 꿈이고, 또 하나는 대학 4학년의 마지막 학기인데 10월 중순이 되도록 어느 과목의 강의에 단 한번도 출석하지 않아 미달 학점으로 졸업을 못하게 될까봐 안절부절하는 꿈이다.외견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두 꿈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폐쇄된 세계에 머물게 되는 상황에의 불안감을 반영한다는 거다. 벨라 바르톡의 (다소 듣기에 괴로운) 피아노곡 제목을 빗대어 말하자면, 전자는 폐쇄된 세계의 문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을, 후자는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함으로 인한 불안을 드러낸다고나 할까. 후자의 꿈이 더 자주 반복되는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Out of Doors'는 희망사항으로만 남아있나 보다.지난 밤에 나를 괴롭히는 색다른.. 더보기
이제는 죽을 수 있어요 중고책방의 가치들 중 하나는 현재로서는 도무지 구할 수 없는, 아주 오래전에 출판된 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1978년에 출판된 도 그중 하나다. 당시 1700원이었던 책을 일 년 전에 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오래된 희귀본일수록 더 비싸다. 물론 본서는 2000년대 중반 즈음에 재출판된 바 있다. 그래도 세월의 흔적이 남은ㅡ누렇게 변색된 이 중고책과 바꿀 생각은 없다. 오래 된 책은 빛바랜 종이가 발하는 특유의 구수한 내음을 품고 있다.유명한 일화이지만, 마르셀 프루스트는 죽기 8년 전에 코르크판으로 외부의 소음을 차단한 방안에 칩거하여 죽기 직전까지 집필만 했다.그렇게 하여 탄생한 책이 가독성이 낮기로 유명한 대하소설 다. 프루스트는 방대한 이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감회를 그의 전속 간호사이자 .. 더보기
수직 서열의 사회 난 위의 진중권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반박할 구석이 전혀 없다. 마지막 것만 언급해 보자. 선배에게 지나치게 깍듯한 게 일면 좋아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벽이다. 그렇다고 예의없이 대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예의 없는 인간이라면 그게 친구든 후배든 멀리한다. 내 면전에서 방귀를 뀐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로버트 드 니로, 앤 헤서웨이 주연의 이라는 영화를 근래 봤다. 70세 노인인 로버트 드 니로가 주로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한다는 내용이다. 극중 로버트 드 니로가 젊은 직원들과 잘 녹아드는 것은 그의 훌륭한 성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경직된 수직 서열의 문화라는 벽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경직된 수직 서열 문화에서 손해보는 건 젊은이들.. 더보기
베트남에서 무슨 짓을 http://m.blog.naver.com/alsn76/220337655170 일본군의 만행을 얘기하기 전에 우리 자신부터 돌아보자. 친일 아니냐고?퐁니.퐁넛 마을 학살 사건에 대해서 살펴보자. " 미국은 한국군이 공산주의자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어 매우 용감하지만, 민간인에 대한 잔혹행위를 일삼고 점령군과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때문에, 미국은 이 문제를 쉽게 넘기지 않으려 계속하여 추궁하였지만, 한국은 소대장들에 대한 중앙정보부의 조사를 끝내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까지 알고 있었지만 결국 사건을 은폐하였다. 당시 한국의 언론은 이 사건을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2000년 11월 《한겨레21》은 종전 26년을 맞아 기밀 해제된 문서 속의 희생자를 찾아 나.. 더보기
고독한 연습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클기 연습을 혼자 하다보면(물론 독주곡 연습은 원래 혼자 하는 것이지만), 특히 연습의 성과가 그다지 없어서 일말의 희열조차 감지되지 않을 때면 꽤 고독함을 느끼게 된다. 비유하자면, 무인도에서 나뭇가지를 비벼 불을 피우려 하지만, 여의치 않아 몇번이고 주저앉아 망연자실해 하는 상태ㅡ그 멘붕의 틈 사이로 서늘하게 불어닥치는 고적감이랄까. 혼자 있다는 게 분명하게 느껴지면, 사람 얼굴을 그려넣은 배구공 윌슨이라도 찾을 태세다. 고로, 연습의 고독함을 느끼는 이들의 경우 불타는 금요일 저녁에는 지인을 불러다가 (닭발에) 소주나 (치킨에) 소맥을 마시면서 잠시동안이라도 무인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아~술 땡겨...). 내일은 혜진이하고 하리 불러서 고독을 달래야겠다. 다음 생이 주어진.. 더보기
음란마성의 침대 내 작은 연습실에는 라꾸라꾸 침대(접이식 간이 침대)가 있다. 반곡동 K 모 씨는 여기에 올 때마다 "으~~이 마성의 침대!'하면서 벌러덩 눕기를 좋아한다. 침대로부터 인력이라도 작용하는지 여기만 앉으면 자꾸 퍼질러지게 되고 결국 드러눕게 되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마성이 심화되어 음란마성(?)을 띠게 되면 벌러덩 눕'히'기를 좋아하게 될는지도 모른다.추운 계절에 대비하여 이 마성의 침대에 사용할 귀뚜라미 온수매트를 사서 깔았다. 이제 따뜻하기까지 하니, 단순 마성을 넘어 음란마성을 띨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괄약근에 힘을 빡 주고 방어태세에 만전을 기울여야겠다. 더보기
그런 상상력(?) 반곡동 K 모 씨가 준 고구마 두 박스 중 일부를 삶는 도중에 심심하여 TV를 트니까 tvN에서 의 '0회'를 하고 있다. 일종의 예고 방송인데, 도중에 잠깐 88년 당시의 동네 아주머니 세 분이서 고구마를 까먹는 장면이 나온다. 한 아줌마가 왕따시만한 고구마를 한 개 들고 음흉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와~참 좋네...(ㅎㅎㅎ)" 이 장면을 보니 어둠 저편에 묻혔던 기억의 편린 하나가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초딩이 때의 어느 날, 우리집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서너 분 정도 놀러오셨다. 그분들과 함께 고구마를 까먹다가 문득 장난끼가 발동한다. 적당한(?) 사이즈의 고구마를 하나 집어든 후, 뒤돌아서서 몰래 살짝 내린 남대문 사이에 그것을 살짝 끼워 넣은 다음 다시 뒤돌아 서며, 짠~!경악스러워 하시던 .. 더보기
뻥카드 뷔페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게시 글 : 음식을 남기시면 1000원(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사용됩니다). 실제로 한정된 금액으로 무한정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인지 과도하게 퍼다가 결국 남기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까 뷔페집 입장에서는 당연한 처사다.다만 이런 의구심은 든다. 진짜 저렇게 걷은 돈을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쓸까? 아마도 현실은 그렇게 쓰이는지의 여부 이전에 음식을 남겼을 경우 1000원을 요구하는 일조차도 없을 테다. 말로 직접 1000원을 요구하는 일은 대면상 꺼림칙하니까. 그래서 말 대신 게시글을 이용하는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면하여 말로 직접 요구하지 않는 한, 실제로 받아내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니 결국 1000원을 받겠다는 게시물은 단지 음식 낭비(고로 돈 낭비)를 억제.. 더보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고딩 1학년 국어책에 실렸다는 안톤 슈낙의 수필 에서 그가 언급한 대상들을 보면 대충, 가을날, 지나간 날의 편지, 떠나는 기차, 동물원에 잡힌 범, 공동묘지, 바이올린의 G현 등이다.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바로 새카맣게 타버린 김치전이다... 더욱 슬프게 하는 건, 그 타버린 김치전의 표면을 뚫고 새어 나오는 (밀가루+김치) 국물이다....꿀꿀한 기분을 김치전 안주에 막걸리로 달래려 했더니. 니미럴... 버뜨, 1,700ml 짜리 막걸리의 가격이 고작 2,200원. 이건 위안이다. 더보기
허무 요즘 맥북을 쓰고 있는데 한글 입력에 문제가 생겨 꽤나 성가시다. 열심히 뭔가를 쓰고 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화면을 바라보면, ㅟ나 ㄹㄱ ㅡㄹ ㅜㅗㅏㄴㄴ ㅕㅣㅡㄹ 요 따위로 입력되어 있는 거다. 키보드가 잘 안 먹는 게 아니라 한글 입력 자체가 잘 안된다. 예컨대 '허무'를 쓰려고 자판을 치면 'ㅎ'을 치고 난 다음 'ㅓ'를 입력하는 순간 'ㅎ'이 사라져 버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무언가를 생성하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이전의 생성물들. 순간 이런 생각이 퍼뜩 든다. '내 인생하고 비슷하구나...' 인생이 모래알을 움켜 쥔 손아귀 같다. 남은 게 없다. 아니, 있기는 있다. ㅟ나 ㄹㄱ ㅡㄹ ㅜㅗㅏㄴㄴ ㅕㅣㅡㄹ 뭐, 이런 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