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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지인분의 딸 돌잔치에서 밥을 먹다가 앞 자리에 앉은 젊은 처자 두 명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들은 적이 있다. 대화 내용을 보니 일산에 거주하는 모양이었다.
"너, 어제 소개팅했다며? 어땠어?"
"응...뭐 남자애가 키도 크고 얼굴도 괜찮더라고."
"와~그럼 계속 만나봐."
"애가 성격도 괜찮은 것 같기는 해. 그런데…"
"?"
"강북에 사는 애더라고."
그때 잠깐 그녀를 노려본 뒤 눈길을 거두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네 기준대로라면)일산에 사는 주제에!'
변변하게 잘난 게 별로 없는 내가 유일하게 자부심을 느끼는 게 있다면, '강남'이라는 시니피앙에 대해서 비교적 시큰둥할 수 있다는 거다. '된장남녀의 도시.' 이것이 강남에 대한 나의 시니피에다.
내게 욕망의 시니피앙은 차라리 '강원도'다.
나는 동쪽으로 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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