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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결혼은 미친 짓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GGXrsOjCKM


부모님이 내게 잔소리처럼 자주 하신 말씀은 "빨리 애를 낳아라"라는 거였다. 당시 대체 왜 독촉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부모님께서 딱히 빨리 손주를 보고 싶어해서 그런 것이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았다.


부모님의 그 말씀에서 내가 간파한 것은 부모님들의 '불안'이었다. 부모님들에게 있어서 '애'라는 것은 이미 이혼의 경험이 있는 내게 재이혼의 참사(부모님의 관점에서 보건대 '참사'라는 거다)를 방지하는 수단으로, 다시 말해 세월의 경과에 따라 결국 그 결합이 헐거워질 수밖에 없는 부부의 결속을 헐거워진 상태로나마 강제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판단하신 거였다.


철학자 강신주는 강연 <사랑은 타인과 하나가 되는 것인가?>에서 우리 부모님들의 견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철학자 헤겔의 주장을 어느 소설(혹은 영화)의 제목을 빌어 비판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통념을 뒤엎는 명쾌한 통찰이다. 그는 말한다. "결혼이라는 경계와 가족으로 넘어가는 순간, 사랑은 이미 갇혔고 죽어가고 있는 거다."

총 4회에 걸쳐 분할된 이 강연은 당연히 강추다. 특히 (3), (4)회는 절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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