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마당에 있는 의자에 멍때리며 앉아 있는데 대문 바깥으로 쓰레기 봉투를 실어 나르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의 부산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부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 이에게는 한심한 삶이겠지만, 오랫동안 늦은 아침까지 자빠져 잤던 내게는 부끄러움을 일깨우는 성실한 삶으로 다가온다.
간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근래 만든 곡을 연습하고 퇴고(?)해 본다. 적어도 오늘 아침은 덜 부끄럽다.
그래도 약간의 자괴감은 남아 있다. 내 일에 대한 성실함과 '생활'에 대한 성실함은 일치하지 않고 대개 겉돌고 만다.
문득 군대 훈련병 시절에 평소 나를 고깝게 보았던 어느 동기생이 내게 빈정거리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너는 기타 치는 거 말고 할 줄 아는 게 대체 뭐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그의 안면에 작렬한 라이트 훅은 내게 연타로 되돌아 왔다. 그를 떡실신시킨 후에 내려다 보며 "기타 말고 쌈박질도 잘하거든? 이 X새야."라고 멋지게 복수하고 싶었는데.
지금도 그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기타 말고....도 잘 하거든?" 하지만 현실의 나는 삼각김밥의 포장지도 제대로 뜯지 못해 늘 김과 밥이 분리된 채로 그것을 먹는다.
이후에 퇴소할 때 그 동기생과 화해를 했는데, 딱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랬다기보다는 아마 그렇게 하는 게 폼이 난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이다.
가끔은 내 삶과 이렇게나마 화해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더 자자. 너무 일찍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