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망상을 해본다.
10대인 나는 '파리국제기타콩쿨'에 참가한다. 이런저런 난곡(難曲)들을 삑싸리(미스톤) 하나 없이 우수한 악상으로 연주하여 1등상을 수상한다. 수상소감을 묻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세계 인구의 몇 분의 일은 오늘 저녁을 어떻게 먹고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텐데, 기타나 치고 게다가 이런 상까지 받다니 나는 정말 엄청나게 행복한 사람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러면 아마 "개-싸가지"나 "병맛"취급을 받을 게 틀림없으리라.
사실 위의 발언은 이탈리아의 한 영화제 시상식 때 배우이자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가 한 것이라고 한다(물론'기타나 치고' 대신 '영화나 찍고'라고 말했다).
확실히 내가 할 때보다는 좀 덜 재수없지 않나? 그렇다면 역시 이건 기타노의 권위 탓.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기타노는 이어서 이런 말도 남겼다고.
"예술 따위가 없어도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 그리고 감독이었던 기타노의 일화가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