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잠을 괴롭히는 눈부신 햇살이 오늘 아침에는 왠일로 없다 했더니 날씨가 흐리다. 늦은 밤부터는 눈까지 내린다.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어 인근 공원을 찾는다. 운동을 위한 약간의 도보일 뿐이라지만, 구실에 불과할 테고 실은 '방콕'의 갑갑함 때문일테다. 혹은 낭만적인 꼴값이거나.
새벽의 거리는 행인이 하나도 없어 마치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 나오는 거리처럼 썰렁하다. 문득 허기를 느껴 한참을 걸어 편의점을 찾았지만 문이 잠겨있다. 젠장, 그럴 거면 소등하고 퇴근하든가....
돌아가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까 하다가 관두기로 한다. 체중조절을 위한 거라지만, 역시나 구실에 불과하고 실상은 귀찮아서다.
작년 여름부터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다. 간혹 체중 감량을 왜 하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감량을 해야 혈압이 내려가거든" 하고 답변하지만, 이 역시 구실에 불과함을 잘 알고 있다. 만일 무인도에서 배구공 '윌슨'과 단 둘이 사는 처지라면 체중 따위는 신경도 안 썼을 거다. 먹을 게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봐 주는 이가 없으니까.
그런데 어차피 아무도 봐 주는 이가 없는 작금에 왜 체중 따위를 신경 쓰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누가 내 몸매 따위에 관심이 있다고. 그러니까 야식이든 뭐든 처묵처묵 먹어도 상관없을텐데, 근래에는 귀차니즘이 허기를 능가하는 모양이다.
나의 정상 체중은 의지의 소산이 아닌 건 확실하다.
이불을 펴고 자리에 눕는다. 꿈속에서도 기다리는 그 누군가 대신 배구공 윌슨이 내 몸매(?)를 봐 줄 것만 같다.
-2017.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