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게 있을 수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이만교 작가의 말은 대체로 옳다.
나는 종종 나를 소설가라고 소개하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는 회사원이나 주부들을 자주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심히 의심스럽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지? 당신이 무의식 중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회사원이나 주부로서 안정된 ...삶을 살면서 소설가나 화가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어요!"라고 말하는 바로 그 삶 아닐까?
한번은, 자사에 대한 자부심이 은근한 어떤 대기업 직원이 나에게 "저도 대학 때 문예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던 소설가 지망생이었어요. 이제는 이렇게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었지만..."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이 말이, "나의 진짜 꿈은, 한때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적이 있지, 하고 말할 수 있는 샐러리맨, 그래서 낭만성까지 갖춘 듯한, 그러나 어쨌든 경제적으로 안정된 대기업 샐러리맨이 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들렸다.
-이 만교 著, <글쓰기 공작소>중에서
요컨대 무의식적으로 욕망하는 것과 의식적인 그것을 잘 간파하라는 얘기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
기타 실력이 탁월해서 프로를 희망했어도 무방했을 어떤 지인에게 왜 업으로 삼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가 대답하기를, 예전에 다녔던 기타 학원의 원장 쌤이 매일 짜장면을 홀로 드시고 있는 걸 보고 나니 업으로 삼을 생각이 없어졌다고.
명쾌한 대답이었다. 솔직한 선택에 대해서는 존중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간혹 생각한다. 내가 지금 욕망하고 있는 것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인가?
한번 더 인용한다.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동안, 사실은 그것을 하기 싫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실행되지 않는 것이다.
-Bruch de Spino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