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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의 문제다.
다른 건 모르겠고, 적어도 이건 아니라고 본다. 지하철 내 '잡상인'들, 그리고 월세와 세금을 내는 다른 자영업자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 말이다.
지하철 '잡상인'분들이 월세와 세금 이전에 가게를 얻을 보증금이나 있을까? 아마도 거개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본다.
(해법의 난해함은 항상 예외에서 비롯되기는 한다만.)
법질서와 형평성을 위해 우리는 지하철 잡상인 이외에 걸인들도 신고해야 하는 걸까?
"2012년 3월 21일 경범죄처벌이 개정되면서 구걸행위 처벌조항이 신설되었다. (중략)물론 법 규정을 보면, “공공장소에서 구걸을 하여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구걸행위 자체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 듯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검토보고서에 의하면, 단순 구걸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위협적이거나 무례한 방법에 의한 구걸행위나 집요한 구걸행위만이 처벌대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통행 방해’라든가 ‘귀찮게 한다’는 규정의 모호함으로 인하여 실제로는 구걸행위 자체가 단속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로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경우에도 ‘통행 방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단속이 이루어질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걸인이 있다. 10대 초반의 소년이었다. 이 말인즉슨, 앵벌이 하는 처지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 그리고 시각장애인이었다. 물론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눈속임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아니하다. 어쨌거나 그의 코와 손에는 약간의 혈흔이 있었다. 누구에게 두들겨 맞은 건지, 아니면 이 역시 연출의 일환인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 소년은 지하철 안을 돌면서 구걸 행위를 했으므로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한' 것은 확실하다.
이 경우에 우리는 신고를 해야할까?
물론 앵벌이 행위를 지시한 '나쁜 어른'을 잡기 위해서라도 신고를 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신고를 받은 그 경찰이 워낙에 친절하셔서 단지 소년에게 구두 경고만 하고 내보냈다면? 내가 보기에 그럴 확률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럴 경우 밥벌이를 못한 대가로 그 소년은 '나쁜 어른'에게 두들겨 맞을 공산이 크다. 일단 경찰을 믿고 신고를 해야 하는 걸까?
앵벌이가 아닌, 성인 시각장애인 걸인이라면 어떨까? 아니, 시각장애는 속일 수 있으니까 아예 하반신이 없어서 하체에 고무 같은 것을 둘러싼 장애인이 밀차 위에 엎드린 채로 지하철 바닥을 질질 끌며 구걸 행위를 하고 있다고 치자.
우리는 민주시민으로서 법질서 준수를 위해 신고를 해야 할 당위가 있는 걸까?
소위 '거리의 악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까? 누군가 거리의 악사들이 자신의 청각을 괴롭게 한다며 신고한다면?
"때때로 법은 악하며, 너무 일반적인 것을 요구한다. 이 두 가지는 법에 대해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니체는 일반적인 모든 것이 개인에게는 위협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모든 일반적인 것은 폭군이 될 수 있다."
-샤를 페펭 <Une semaine de philosophie>中.'
그런데 지하철 내 '잡상인'과 1급 장애인 걸인을 동일선상에서 판단하는 것은 타당한 일인가?
잡상인의 처지가 걸인보다 낫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그들에 대한 세무조사라도 벌여야 하는 걸까?
잡상인과 거리의 악사는?
지하철 내 잡상인과 포장마차 잡상인 역시 동일선상에서 판단할 수 있을까?
따지는 '이성'에게 있어서 도덕적 딜레마보다 어려운 건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법질서 준수의 차원애서 잡상인을 신고한 아이와 연민의 마음으로 신고를 거부한 아이 중 훗날 누가 불평등이라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