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이니 이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89년에 교정을 걷고 있는데 예술관 건물 앞쪽에 뭔가 전시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뭔가 하고 지나가며 그 중 하나를 슬쩍 봤더니…사진이다. 정육점 고기를 찍어 놓은 듯한.
뭔가 궁금하여 가까이 가서 보니…사람 얼굴이다. 그것도 얼굴의 아래쪽 1/3 부분이 뭔가에 찢겨서 쫙~~벌어진.
그건 인간의 얼굴일 수 없었다. 아니 인간의 얼굴이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전사모 인간들을 네오나찌나 KKK와 동등하게 본다.
그 즈음에 조선대학생 故이철규의 (정부 발표에 의하면) '실족하여 익사한' 사진이 동아리방 입구에서 정확히 1m 떨어진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당시에 나는 동아리방을 자취방 삼아 새벽까지 기타를 쳐대곤 했는데, 요의를 느껴 화장실에 갈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보고야 말았다. 튀어나온 눈, 부풀어서 거대해진 낭심, 탈장된 장기, 그리고 푸르죽죽한 피부. 사람이 죽은 채로 오랫동안 물속에 머무르면 어떻게 되는지 그때 알았다(이놈의 국가는 별 걸 다 일깨워준다). 그리고 인적이 없었던 새벽 3시에 홀로 무서웠다.
실족하여 익사?
그 사진을 부착한 주체는 아마도 총학생회이었을 텐데, 그들이 하필이면 '고전 기타 연구회' 동아리방의 입구에 붙여놓은 건 이런 말을 간접적으로 전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이 시국에 풍악을 울리니 좋냐?"
아니, 그냥 마음의 소리에 불과했을 것이다.
'국가폭력'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시절의 이야기다.
자칭 보수, 타칭 수꼴들이 나 같은 평범한 중도조차 '좌빨'이라고 매도한다면, 이렇게 밖에 응수할 수 없다.
내가 좌빨이 된 건 내 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