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 강원도에 있는 XX산의 언덕길을 Kwon 모 씨와 걷는 꿈을 꾸었다. 그러다가 쳐다본 밤하늘은 은하수가 얼마나 멋졌는지, 아침에 잠을 깨어서도 그 찬연한 별빛은 여전히 뇌리에 박혀있었다.
그리고 방금 차 안에서 잠깐 졸다가 또 XX산의 언덕길을 걷는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밤이 아니라 대낮이고 동행인도 Kwon 모 씨가 아니라 Kim 모 군이었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지난밤에 은하수를 봤는데 진짜 절경이었다." 뭐, 꿈속에서 '절경'이라는 말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비슷한 감탄조의 말을 한 것만은 확실하다.
어쨌거나 시차를 두고 두 개의 꿈이 이어지기는 처음인 것 같다.
꿈의 해석에 관한 조예가 깊지 못한 나는 가장 원초적인 해석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요즘이야 건강상의 이유로 과음이라는 걸 좀체 경험하지 못하지만, 예전에 종종 과음하여 만취한 밤에 잠이 들 때면 항상 냉장고의 문을 열고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꿈을 꾸고는 했다. 이른바 꿈의 '원망(願望)충족 기능'이다. 지금이야 그럴 일은 없지만, 한때 이 기능으로 인하여 아침마다 찜찜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반가운 기능만도 아니다. 왜냐하면 음란마귀라는 놈은 결정적인 순간 직전에 나를 흔들어 깨우고서는 남사스럽게도 축축히 젖은 속옷만 남겨주었으니까.
산책을 하려고 집을 나서는 중에 오늘의 날씨를 검색해 보니 '미세먼지 나쁨'이다. 고개를 들어 보니 파스텔톤의 은은하고도 쏘 뻐킹 뷰디풀한 잿빛 하늘이다. 산책을 포기하고 하루종일 '방콕'하기로 한다.
일과 언어 문제만 해결된다면 타히티섬에서 원주민들과 살지도 모르겠다.
며칠 동안 황사와 미세먼지로 몸과 마음이 찌뿌둥했다. 은하수의 꿈은 아마도 그에 대한 반작용, 혹은 정화작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