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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R0D4

 

 

 

'제주도에 가서 살까?'

…하고 생각하다 쓴웃음을 짓는다. 이런 물음 자체는 꼭 선택의 문제인 척 하는 게 문제다. 다시 말해 '여기에서 살까, 아니면 저기에서 살까?'하는 식으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택일하여 가볍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인 양. 노마드도 아닌 주제에.

현실성 없는 바람에서 엿보이는 건 어쩌면 소위 보바리즘에서 기인한 도피에의 의지 뿐일지도 모르겠다. 누구 말마따나 공간이 바뀐다는 것은 단지 공간이 바뀐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텐데.

 

중국어 사상가 린유탕은 사람들의 '정신적인 조직' 상태를 다음과 같은 '유사과학적 공식'으로 나타낸 바 있다. 예컨대 셰익스피어는 R4D4H3S4, 시인 두보는 R3D3H2S4. 해석하면 이렇다. 셰익스피어는 Reality:현실감각이 4, Dream:이상주의가 4, Humor:유머감각이 3, Sensibility:감수성이 4.
이 식으로 나의 정신적인 조직 상태를 나타내면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는 R3D3H3S3 정도로 믿고 싶다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R0D4H1S3 정도가 될까.


일출봉과 바다, 그리고 억새풀들을 생각하다가 조용히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구한다. 이상이라는 안경을 끼고 현실을 보는, R0D4 상태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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