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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The hours

 

 

 

10년도 더 된 영화 <디 아워스>를 이제서야 봤다.
변장하여 버지니아 울프를 열연한 니콜 키드먼의 열연이 빛난다.
극중 버지니아 울프는 뭔가 쫓기는 듯 초조한 모습이다. 소설을 쓸 때도 초조한듯 담배를 뻑뻑 빨아댄다. 진짜로 버지니아 울프가 생전에 저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평론가 정여울의 똘똘한 감상평 :

 

무언가를 꿈꾼다는 것 그 자체가 고통이 되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곳에 갈 수 없는데, 그곳에 가는 것만이 유일한 소원일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원하는 것을 결코 이룰 수 없을 때 인간은 절망한다.
(왕창 중략)
…우리는 그저 1인분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닮은꼴의 영혼을 가진 사람들의 다채로운 시간들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디선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과거나 미래뿐 아니라 현재에도 많지 않을까. <The hours>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신비 체험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다. 나와 닮은꼴의 영혼을 가진 사람이, 나와 다른 시공간 속에서, 나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는, 너무도 그럴듯한 상상. 우리는 그렇게 만날 수 없는 타인과 만나고, 한 몸으로는 다 살아낼 수 없는 무지갯빛 시공간을 겪어내는 것은 아닐까. 지구라는 별 어딘가에서 누군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덜 외롭고, 덜 아프고,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쨌거나…,

'무식한 놈'이라는 얘기를 들어도 할 수 없을 얘기를 하련다.
끔찍하게 많은, 세상의 소설들 중에서 내가 읽은 건 아주 극소수이지만 그것들 중에 가장 지루했던 것들을 세 편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젊은 예술가의 초상
3. 댈러웨이 부인

 

소위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을 썼다는 소설들인데, 나만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이 기법으로 쓴 소설들은 도통 쉽게 안 읽힌다. 특히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은 10년째 완독을 못하고 있다. 도무지 소설적 '스토리'라는 게 없어서 몇 장을 읽은 후에 책을 덮으면 대체 내가 뭘 봤나 싶은 거다.

 

버지니아 울프는 과연 미리 플롯을 설정하고 소설을 쓴 걸까?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그녀는 정신적 고통 때문에 뭔가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쓴 것은 아닐까? 그녀에게 글쓰기는 총에 맞은 병사에게 놓는 몰핀과 같은 건 아니었을까? 그러다보니 흥미로운 스토리보다는 마음속 생각을 마구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뭐, 아님 말고.

이런 무식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대충 그런 심리 상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뭔가를 쓰거나 뭔가 창조적인 것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상태.
그 '뭔가'가 없거나 손에 안 잡힐 때는

 




술......한 병의 술을 마시고 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 말고 외제차를 타고 떠난 숙녀의 속옷자락만 이야기 한다.

 

끊었던 담배 한 개피가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