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잡글쓰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졸업 못하는 꿈을 또 꾸다 반복되는 꿈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재입대하는 악몽이고 나머지 하나는 학점을 못 따서 졸업을 못하게 되는 악몽이다. 후자의 경우 학점을 못 따게 되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한 가지다. 하나는 수강신청을 해놓고 10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은 것이고, 또 하나는 그놈의 전공 수업을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거다(꿈속에서 분석, 물리, 유기화학은 늘 공포 그 자체다). 그래서 꿈속에서는 늘상 조바심을 느낀다. 이 두 가지 꿈을 단어로 축약하면 이거다. 태만과 무지. 이 둘은 대개 따라다닌다. 꿈은 현실의 트라우마의 반영임에 틀림이 없다. 그 옛날, 내 2층집 자취방에 찾아온 적이 있는 이라면 벽 한가운데에 붙어있던 A4 용지 안의 글귀를 본 적이 있을 거다. '목표 : 졸업'이라고 .. 더보기 균형 깨기의 美 후배 K군과 길을 가는데 어여쁜 처자 두 명이 지나간다. "예쁘지 않냐?" 내 물음에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둘 다 똑같이 생겼어요." 그 처자들을 비웃을 생각은 없다. 못생긴 여자를 희화하는 걸 주 소재로 삼는 를 보면서 덩달아 웃는 나 같은 남자들이 성형 붐의 주범이 아닌가. 다만 이런 생각은 든다. 성형수술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스탠다드한 미모를 추구하는 건 좀 말리고 싶다. 외모에 대한 완벽주의가 개성을 말살하여 외려 미감을 해치니까 말이다. 애드거 앨런 포우의 공포소설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리지아'라는 이름을 가진 아내에 대한, 어느 팔불출의 자랑질(?)이다. …얼굴의 아름다움에 관해서라면 그녀보다 뛰어난 아가씨는 없었다. 그것은 마치 아편이 취해 꾸는 꿈속의 빛줄기 같.. 더보기 세월의 간극 여자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K대 훈련병 시절의 얘기다. 사병 식당에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섰을 때, 나와 내 동기들보다 2~3주 먼저 입소하여 화생방 훈련 및 행군을 다 마친 선임병들이 하필 그 옆을 지나가며 연민을 가장한 사디즘의 눈빛으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는데, 가장 인상적인 말은 이랬다. “아직도 그 지옥 같은 행군을 안했다고? 나 같으면 자살한다.” 그래, 니 똥 굵다. 작가 김훈은 ‘꼰대론’을 다음과 같이 논한 바 있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 고생담 얘기하는 걸 큰 자랑으로 여긴다.” 내 경험상, ‘꼰대’만 그런 게 아니다. 젊은이들 중에서도 일단 경험적으로 우위에 있게 되면 미경험자들에게 정신적 우월감을 느끼는 부류들이 있다. 아니, 꽤 많다. 이.. 더보기 이 세상은 내게 월계관을 씌워줄 의무가 없어 니타 타츠오의 만화 는 신체 강탈을 소재로 하고 있다(이 작품은 신하균 주연의 영화 으로도 제작된 바 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공원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주인공은 어느 날 부호인 괴(怪) 노인의 계략에 말려들어 그와 단판의 게임을 벌이게 된다. 번갈아가며 번호를 한 번 씩 무작위로 눌러서 전화를 건 다음, 전화를 받는 사람이 남자일 경우 괴 노인은 주인공에게 30억 원을 주어야 하고, 여자일 경우에는 노인의 요구에 주인공이 응해야 한다. 고약한 것은 괴 노인의 요구란 바로 뇌 바꿔치기 수술을 통해 서로의 육체를 바꾸자는 것. 비록 어쩔 수 없었다는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게임을 받아들이는 건 확실히 바보나 할 짓이다. 나도 이런 황당한 상상을 할 때가 있었다. 돈을 도배.. 더보기 바른 말 고운 말 어디 현아 씨만 이런 실수를 하겠냐만…. 아직도 나는 한글이 완벽하지 않다. 장문의 글을 쓴 뒤 퇴고를 할 때마다, 오타는 그렇다고 쳐도, 맞춤법이 잘못된 낱말이 얼마나 많이 발견되던지. 사전과 친하게 지낸지 꽤 되었는데도 여전히 이렇다. 며칠 전에는 K 모 씨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중에 그만 '어의없다'고 쓴 것이 아닌가! 어이없는 일이다. 애당초 그렇게 알고 있었으면 그나마 이해가 될 텐데, 문제는 외부의 이상한 영향 탓에 나도 모르게 이런 틀린 맞춤법의 낱말을 쓰게 될 때가 있다는 거다(그런데 이런 영향은 나만 받는 건 아닌듯 싶다. 체탄 바갓의 소설 의 '옮긴이의 말'에서 옮긴이도 '어의가 없다'고 쓰고 있다). '쵝오'처럼 부러 재밌으라고 그렇게 쓰는 낱말도 있지만, 사실 저도 모르게 잘못 쓰는.. 더보기 문화적 공기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이 폼나는 멘트 때문에 잠시 허영에 빠져 무심코 서점에서 집어 든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저서는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인간의 인내력을 시험한다. 1.세계는 사례인 것 모두이다. 1.1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다. 겉 페이지를 보고 '살까?'했던 마음이 '말자'로 바뀌는데는 단 5초면 충분했다. 그럼에도 이 인물의 생애와 그 가족사는 대단히 흥미로워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아는 것만 추리면 대충 다음과 같다. 1. 유럽의 소문난 대재벌 집안이었다. 2. 형제 중 3명이 자살했다. 3. 자살한 첫 째 형 한스는 음악의 신동이었다. 4. 네 째 형 파울은 1차 세계대전 중에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였는데, 그의 의뢰로 모리스 라벨.. 더보기 돈 주고 사는 만화책 http://www.huffingtonpost.kr/2014/12/31/story_n_6399350.html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한 때는 만화책을 돈 주고 사서 읽었던 사람이었다. 와 , 그리고 과 등을 구입해서 봤다 . 우라사와 나오키가 지적했듯이 "만화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는 말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는 게 현실이지만, 몇몇 양질의 만화는 내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하나만 예를 들어 보자. 작가 야마모토 오사무는 에 이어 청각장애인의 애환을 그린 또 하나의 작품, 을 남겼는데, 거기에 이런 장면이 있다. 한 청각 장애 어린이가 음식을 씹다가 말고 손바닥에 뱉어 버린 다음 어머니에게 내민다. 그걸 본 어머니는 음식 가지고 그러면 안되는 거라며 몹시 야단을 친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뭔가를 .. 더보기 2015년 새해가 밝았다 또 한 살을 쳐먹었다. 이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는 쇼윈도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숫자(나이)의 상승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 숫자의 상승에 예민했던 건 10대 후반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상승하는 숫자를 의식하다 보면, 문득 그 숫자에 어울리는 언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한다. 구태여 예를 들자면, 1. 수지는 현아보다 예쁘다. 2. 마인부우를 처치한 손오공의 마지막 무기는 원기옥이었다. 3. 영화 에서 주인공의 변태파워는 SM샾 출신 새디스트 어머니와 매저키스트 아버지의 유전자에 기인한다. ……하는 따위들. 나는 더 이상 '납득이'의 나이가 아니다. 뭐, 물론 그런 건 예전에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이값을 .. 더보기 취업에의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라디오 방송 도중에 소위 '공익광고'가 나온다.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다. 산타가 없다고 생각하여 양말을 걸지 않은 어린이는 선물을 받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취업이 안 된다고 판단하여 포기해 버리는 젊은이는 영원히 취업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취업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지고… 이 그럴듯한 비유에 한 순간 감동의 쓰나미가 마음 가득히 밀려오며 새로운 희망이 벅차오르……기는 개뿔, 외려 냉소만 유발할 뿐이었으니. 어이, 작가 양반. 젊은이들이 무직 상태인 게 희망을 갖지 않은 탓이오? 취업하고자 하는 젊은이 중에 취업하기를 희망하지 않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소? 이렇게 묻고 싶어진다. 이건 그러니까 이런 말과 논리적으로 비슷하다. 코딱지가 안 나올 거라고 판단하여 코를 파지 않는 사람은 코딱지를 뺄 수.. 더보기 '왜?"라고 묻는 사회 결혼을 하면 좋은 게 있다. 그건 결혼을 '왜' 안 했냐는 기괴한 물음에 답해야 하는 귀찮음을 해소해 버렸다는 거다. "결혼 했나요?". "안 했습니다." "그렇군요." 이렇게 대화가 끝나는 게 정상인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결혼 했나요?" "안 했습니다." "어? 왜요?" 이건 마치 이런 대화와 유사하다. "대학은 졸업하셨나요?" "아니오." "어? 왜요?" "트랜스젠더인가요?" "네." "어? 왜요?" 몰라, ㅆㅂ. 별들에게 물어봐~ 물론 '왜'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문제는 이 '왜'에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바를 안했다는 은근한 힐난이 함의되어 있다는 거다. 지나가는 옆집 할머니가 우리집 마당에 나와 있는 개들을 바라보며 물으신다. "개 말고 애를 낳아 키워야지. 왜 애를 안.. 더보기 이전 1 ··· 4 5 6 7 8 9 10 11 다음